2008년 8월 3일, 일요일
대전 - 전주 ( - 남원 - 광주)
아침에 깨서는, 씻고 (찜질방에서 자면, 잠자리는 조금 불편하지만, 편하게 씻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고) 그 앞의 해장국 집에 아침을 먹으러 들어갔다.
이 가게는 한때 대전 전역에 체인점을 낼 만큼 유명했던 해장국 집의 본점이라는데, 뭔가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각지의 체인점들은 다 다른 이름으로 바껴버리고, 본점만 남아버렸단다.
사실 크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ㅋ
그나저나 대전에서는 해장국만 연거푸 먹고 가는구나.
아침을 먹고, 서대전역에 가서 '남도'로 향했다.
대전역은 경부선, 서대전역은 호남선이 지나는데, 지하철로 가기에는 꽤 걸어야해서, 교통이 편하진 못했다. 예전에 대전에 갔을때 택시를 타고 갔었는데.
전주로 향하는 무궁화호는, 아침 시간이었지만 자리가 마땅히 보이지 않아서, 맨 뒤 차량의 화장실 앞에 쭈그려 앉아 갔는데, 의외로 편했다. 무궁화 '신형' 객차라, 화장실이 있는 곳도 널찍하고, 세면대도, 화장실도 모두 있으니 바닥에 앉아서는 양치질도 하고, 주위 경치도 구경하고.
특히 인상적이었던건, 맨 뒤의 문 (물론 문 뒤로는 아무것도 없고) 으로 보는, 뒤로 멀어지는 철로. 영화 '박하사탕'에서 보면, 과거로 회상을 하는 과정을 표현하며 열차가 거꾸로 가는 것 같이, 뒤로 멀어지는 철로를 보여줬는데 (실제 앞으로 촬영해서 뒤로 돌린건지, 뒤로 촬영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1시간 반 남짓의 짧은 거리를 달려, 전주에 도착했다.
양반의 고장, 맛의 고장, 전주.
우리 여행의 컨셉(전국을 돌아보자!)과 기차 시간 때문에, 2시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밖에 머무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곳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열심히 버스 노선을 찾았지만, 제대로된 버스 노선을 알 수 없었기에, 그냥 택시를 잡아타고 비빔밥으로 유명하다는 '성미당'에 갔다.
4명이나, 많은 사람들이 뭉쳐서 다니니 또 그게 편했다. 왠만한 거리는 택시를 타는 편이 차라리 편하고, 요금도 적게 드는 경우가 많았다.
암튼 드디어 도착한 중앙동 성미당. 아침을 먹은지 얼마 안 됐지만, 기차 시간도 있고 해서, 12시도 채 되지 않아 우리는 가게로 들어섰다.
드디어 맛보게 되었구나, 그 유명한 전주 비빔밥을.
남도 답게, 푸짐한 상차림이 나오고, 모주도 한 사발씩 시켰다.
모주는 탁주에 각종 약재를 넣고 만든 술인데, 만드는 과정은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맛은, 좋다. ㅋ
술 맛이 별로 나지 않으면서, 계피가 들어가서, 수정과 비슷한 맛이 난다. 약간 시큼한듯 쌉사름한. 한 친구는 '아침부터 - 12시 이전이었으니 - 무슨 술이냐' 하며 안 마시겠다 하다가는, 우리껄 한 모금 마셔보더니 냅다 시켰다. ㅎㅎ
그리고 등장한 육회비빔밥!
푸짐하다. 제사때나 쓰이는 줄 알았던 놋그릇에 담겨서 말이야. 사진으로 봐 왔던 것 보다 육회가 조금 적은듯도 하지만.
듣던대로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본다.
늘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비벼야 제 맛'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이걸 젓가락으로 어떻게 비빈단 말인가, 했는데, 전주에 와 보고서 그 의문이 풀렸다.
원래의 전주 비빔밥은, 밥을 한 다음에 고추장에 일차적으로 비벼서, '빨간 밥'으로 만들고, 그리고 그 위에 고명을 얹어 비빔밥으로 내는 거란다. 그러니까 밥이, 그냥 밥보다 푸석푸석한 상태가 되서 젓가락으로 비빌 수 있는 것이고, 또 이미 한번 비벼진 상태이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하면 밥알이 뭉개져 맛이 없는 거라고.
암튼 그렇게, 밥을 미리 한번 비벼 내는 곳은 전주에서도 몇곳 남지 않았다는데, 우리가 간 여기, 성미당은 그런 곳 중 하나다.
저기 사진에서, 야채 아래의 빨간 밥이 보이는지? 내가 비빈 상태가 아니라, 위의 야채만 살짝 걷어낸 모습이다.
성미당 바로 근처에 있는 '가족회관'도 전주에서 비빔밥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인데, 거기는 그냥 흰 밥을 내온다고 해서, 성미당을 선택했다. 사실 맛이 어떻게 다를지는 알 수 없지만, 기왕 먹어보는거, 설령 맛 없다고 해도 원래 방법대로 먹어보고 싶었다.
아침으로 먹은 해장국이 채 소화되기도 전에 비빔밥을 한 그릇씩 집어넣고, 1시간 반 정도 남은 기차시간까지 뭐하나, 하다가 근처 '객사'에 가보기로 했다.
이름만 보고서, 뭘까, 했었는데, 가 봤더니, 객사는 예전, 조선시대에 지방으로 출장 나온 관리들이 묵는 숙소였단다. 어제 가지 못한 계룡 스파텔의 조선시대 판쯤 되는거로군. ㅋ
엄청나게 날씨가 더워서, 여기서 잠시 앉아 쉬다가, 성미당에서 객사의 반대 방향에 뭔가 또 성문 같은게 보이고 해서, 또 가 본다. 관광 지도에 보니 '향교'가 있는것 같은데.
호남제일문이라고 써 있다. 호남제일문은 전주 톨게이트에 붙어있는 현판인데. 아마도 이걸 따라 만든 것인듯?
여길 지나서, 좌측으로 꺽어서 나가니까 커다란 성당이 하나 보인다.
저..전동성당!!
전주에서 갈 곳을 찾으며, 비빔밥을 먹고.. 근처에 있다는 글을 보고 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의도치 않게 만나게 되다니.
서울의 명동 성당과 비슷한 시기에, 명동 성당의 설계자가 설계한 성당이다.
무엇보다 영화 '약속'에서, 박신양이 전도연과 함께 성당에 들어와 기도하는 장소로 쓰여서, 유명세를 탔다.
일요일이다 보니, 원래의 목적에 맞게 미사 드리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절묘하게 오전 미사가 끝날 시간에 도착해서, 내부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잠깐 구경을 하고 나와서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전주역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성당 앞으로 사람이랑 차가 유난히 많다 싶었더니, 기사 아저씨가 저 안쪽 한옥마을에서 연꽃축제를 하고 있어 그렇단다. 아.. 한옥마을도 바로 여기구나. 올망졸망하게 다 모여 있구나.
기사 아저씨 말로는, 미리 예약을 하면 한옥마을 안의 한옥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는데. 시간이. ㅡ.ㅜ
택시를 타고, 금방 전주역에 도착해서, 남원으로 가는 12시 57분 전주발 무궁화호 열차에 올라탔다.
안녕, 전주.